남양주학교폭력변호사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이달 말 한국 방문을 추진 중이라고 일본 언론이 12일 보도했다.
일본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이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시바 총리가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한국의 한 지방 도시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 23일 이 대통령이 도쿄를 방문했을 당시 “이시바 총리가 지방균형발전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아는데 다음에는 서울이 아닌 대한민국 지방에서 뵀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성사될 경우 두 정상이 정기적으로 회담을 이어가는 ‘셔틀 외교’의 두 번째 사례가 된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취임 11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차기 총리는 내달 4일 열리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새 대표가 선출된 뒤 국회 총리 지명 절차를 거쳐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이 마무리되는 한 달여 동안 이시바 총리는 직을 유지하게 된다.
따라서 방한이 성사된다면 이시바 총리의 재임 중 마지막 해외 방문이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9월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도 퇴임 직전 마지막 순방지로 한국을 찾은 바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 13일 일본 사도시에서 열린 사도광산 희생자 추도식에서 ‘조선인 강제노동’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혹한 노동환경’만 거론했을 뿐 ‘조선인을 강제로 끌고 왔다’는 근본적 잘못은 외면했다. 국제 질서 격변 속에서 양국 협력을 위해 ‘과거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한국 정부와 국민들 선의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다. 지난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한 약속을 허물고 국가 간 신뢰를 저버린 일본 정부의 무성의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일본 정부는 차관급 정무관을 참석시킨 지난해와 달리 국장급을 정부 대표로 보내 추도식 격도 낮췄다. 앞으로도 강제노동 역사를 외면하고 추도식 자체를 지워가려는 속내일 수 있다. ‘강제노동’은 일본 식민지배 불법성을 보여주는 핵심적 사안이다. 추도식 같은 공식석상에서 강제노동 언급을 피하는 것은 여전히 과거 일본의 과오와 참혹한 역사를 부인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지우기는 ‘이익의 균형’은 없이 일방적 퍼주기 외교를 한·일관계 개선인 양 포장해온 윤석열 정부 책임이 크다.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은 “추도식이 취지와 성격에 합당한 내용·형식을 갖춰 온전하게 치러져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강제노동 직시 없는 추도식은 빈껍데기이며 앞으로도 이런 추도식엔 불참하겠다는 경고다. 그럼에도 항의 대신 “계속 협의할 것”이란 입장에 머문 건 아쉬움이 남는다. 일본 정부에 성찰과 행동을 촉구하는 압력이 될지 의문스럽다. ‘강력한 유감’과 맹성을 요구했어야 마땅하다.
추도식은 일본이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한국 측 협조를 얻는 과정에서 합의됐다. 그 점에서 일본 정부의 표리부동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양국 국민 사이에 신뢰가 서지 않으면 새로운 한·일관계와 협력은 착근할 수 없다. 상대국 국민감정을 건드리고 불신을 사면서 협력을 기대하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오죽하면 일본 내에서도 “일본 정부 발언은 피해자를 모욕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겠는가.
일본 정부의 분명한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 일본 정부의 기만적 추도식과 말과 행동이 다른 외교 행태는 또다시 없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미래를 위해 “작은 차이를 넘어 협력”을 표방했더라도 전 정부 실책을 반면교사 삼아 이익·신뢰·행동의 균형은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