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학교폭력변호사 아동·청소년을 노린 유괴 미수 사건이 전국에서 잇따라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대구에서 한 남성이 초등학생에게 “짜장면 먹으러 가자”며 유인하려다 검거됐다. 9일엔 서울 관악구에서 60대 남성이 여학생 손을 잡으려다 발각됐고, 제주에선 초등학생에게 아르바이트를 권하며 접근한 남성이 붙잡혔다. 그 전날엔 인천에서 5학년 여아를 유인하려던 40대 남성이 검거됐고, 경기 광명에선 초등학생을 끌고 가려 한 고등학생이 잡혔다. 이 학생은 성범죄 목적이었다고 진술해 충격을 더했다. 줄잇는 유괴 사건들이 미수에 그쳤다 해도, 아이들이 느꼈을 공포를 생각하면 가볍게 넘길 수 없다.
국민 불안을 잠재우기엔 경찰의 소극적 자세도 문제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남성들의 학생 유인 신고가 접수됐지만 묵살됐다. ‘허위’라고 반박까지 한 경찰은 며칠 뒤 추가 신고가 들어온 뒤에야 피의자 3명을 검거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도망쳐 큰일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초기 대응 소홀로 유괴가 일어났다면 어쩔 뻔했나. 그런데도 신고 차량 색깔이 실제 범행 차량과 다르다며 신고자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참으로 무사안일하다.
일련의 사건들은 한국 사회가 아이들의 일상을 지켜주지 못한다는 명백한 경고다. 한국은 외국과 달리 아이들이 대부분 혼자 학교나 학원에 다니다보니 유괴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성년자 납치·유괴 사건은 2019년 171건에서 2023년 258건으로 4년 새 1.5배로 증가했다. 잇따른 유괴 미수 사건에 학부모 불안이 확산되면서 경보기나 호신용품 판매가 급증했다고 한다. 언제까지 학부모들의 자구책과 학교 안전교육에만 의존하는 나라가 될지 딱하기만 하다.
유괴는 항거 능력이 미흡한 아이들을 겨눠 패륜 범죄 가운데서도 죄질이 가장 나쁘다. 어떤 범죄보다 가정과 사회를 놀라게 하고 아프게 한다. 수사와 처벌 강화 등 보여주기식 캠페인을 넘어 어른들과 온 사회가 연대 책임으로 촘촘한 감시·구조망을 갖춰야 한다. 끔직한 유괴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11일(현지시간) 오전 1시30분 미국 조지아주 남부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에서 굳게 닫혀있던 바리케이드 문이 열렸다. 문 뒤에 줄 서 있던 사람들이 한 명씩 나와 앞에 대기하고 있는 버스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평상복 차림에 수갑은 보이지 않았다. 짙게 선팅된 차창 너머로 버스에 탄 사람들이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지난 4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미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된 한국인 노동자 316명이 일주일 만에 풀려나는 순간이었다.
ICE 구금시설에선 전날 오후 10시 무렵부터 본격적인 출소 준비가 진행됐다. 300여명을 태울 8대의 전세 버스가 속속 ICE 구금시설 안으로 들어섰다. 시동을 끄지 않고 세워져 있는 차량 주위에 외교부 현장대책반 관계자가 무언가를 상의하며 분주히 오갔다. 차 안에 미리 생수와 간식을 실어놓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지난 10일 미국을 떠날 예정이었던 전세기가 취소된 후 적막만 흐르던 전날 새벽과는 딴 판이었다.
애초 이들의 석방 예정 시점은 지난 10일 새벽이었다. 대한항공 전세기가 애틀랜타 공항에 이미 도착한 상태였다. 그러나 미 당국이 급작스럽게 석방을 잠정 보류하면서 구금자들과 시설 밖에서 이들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절차가 중단된 이유는 ‘미국 측 사정’ 때문이었다.
미국 측 사정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버스로 이동해 비행기에 탈 때까지는 미국 영토이고, 미국 영토 내에서는 체포된 상태이니 수갑을 채워서 이송하겠다고 (미국 측이) 그래서 우리는 절대 안 된다고 밀고 당기는 와중에 소지품을 돌려주다가 중단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석방 절차는 바로 다음 날 극적으로 재개됐다. 한국인들을 버스에 태워 공항으로 이송하는 도중에는 수갑을 채우지 말아 달라는 한국 측 요구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격 수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인 기술 인력들이 미국에 계속 남아 일하면서 미국인을 고용·훈련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외교당국이 구금자들의 피로감 등을 이유로 들어 일단 귀국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이날 석방이 성사됐다.
현장을 찾은 LG에너지솔루션 협력업체 관계자는 구금자들을 공항으로 실어나를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야 다소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구금된 한 직원은 전세기가 뜬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9일 이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에게 공항까지 나오시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밝은 목소리로 부탁했다. 그러나 그는 10일 새벽 석방이 보류되자 다시 전화를 걸어 침울한 목소리로 불안감을 호소했다고 한다.
하루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맛봤을 이들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일부는 취재진에게 웃으면서 손을 흔들거나 손가락으로 브이(V)를 그려 보이기도 했다.
ICE 측은 자신들의 호송 차량으로 공항까지 이송하길 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현대엔지니어링 측이 제공한 버스로 이동하기로 합의됐다. 대신 ICE 요원들이 각 버스에 동행해 공항까지 이들과 함께 움직였다.
ICE 구금시설과 애틀랜타 국제공항까지 거리는 430㎞가량이지만 ICE가 지정한 도로로 이동해야 하므로 공항까지 총 8시간가량이 걸린 것으로 전해졌다. 300명이 넘는 인원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버스 내부에 화장실이 있어 중간에 휴게소는 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