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성범죄전문변호사 경북 경주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한 각종 시설 공사도 막바지 작업에 들어갔다. 특히 회의 참석이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머물 숙소가 어디가 될지를 놓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경북도 등에 따르면 10일 기준 정상회의장·국제미디어센터·경제전시장 등 주요 시설의 공정률이 82~90%를 넘겼다. 도는 이달 중순 해당 건물들을 준공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한 달여간 시범 운영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하게 된다.‘정상회의의 꽃’이라 불리는 만찬장은 경주박물관이 낙점됐다.
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들과 외교·경제 사절단이 머무르게 될 숙소에도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정상회의 기간 하루 최대 방문자 수는 77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반경 3㎞ 이내에 4463개, 10㎞ 이내에 1만2812개의 숙소를 준비했다.
경주지역 12개 호텔·리조트 등은 회의에 참여한 각국 정상들이 사용할 객실인 PRS(Presidential Suite) 35개를 조성 중이다. 이곳엔 방탄유리와 도청 방지 장치 등이 설치된다. 호텔별로 적게는 50억원, 많게는 1700억원이 투입됐다. PRS 객실 35개 중 25개는 회의에 참석하는 각국 정상에게 배정된다. 나머지 10개 객실은 회의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글로벌 경영인과 귀빈 등이 머물게 될 예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주와 가까운 포항 영일만항에 대형 크루즈선 2대를 띄워 각국 CEO가 묵을 숙소로 활용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숙소에 관한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디에서 묵게 될지다. 경주에 있는 5성급 호텔은 ‘힐튼경주’와 ‘라한셀렉트경주’ 등 2곳이다. 수행원과 경호인력 등이 많은 미국과 중국이 해당 호텔들을 통째 빌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경우 경주화백컨벤션센터와 거리가 가깝고, 경호도 용이한 힐튼경주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텔이 아닌 항공모함을 숙소로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 2001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에 묵었던 사례가 있다. 2005년 부산 APEC 회의 당시에도 미국이 상황에 따라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으로 숙소를 옮길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의장과 가장 가까운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묵었다. 1979년 한국을 찾은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은 미군기지에서 숙박했다.
정치권에서는 골프를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해 ‘남해 아난티’를 숙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미국 대통령이 순방에 나서는 경우 단거리 이동수단인 전용헬기 ‘마린 원’도 수송기에 실려 오기 때문에 경주 회의장에서 호텔로 이동하는 데 문제는 없다.
“떠다니고 울리고 쏟아지는 소리들. 물 흐르는 소리 발이 돌을 밟는 소리 바람이 나뭇잎을 지나는 소리 매미 매미가 울고 그런데 원준이도 정목이도 말수가 적었다.”
초여름 어느 날, 중학교 친구인 원준이와 정목이는 정목이 아버지 트럭을 타고 계곡에 놀러 간다. 계곡은 투명하고 찬란한 여름빛으로 가득하다. 두 소년은 널찍한 바위에 누워 차가운 물소리를 들으며 구름과 햇빛에 둘러싸여 놀다 맨발로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급할 것도, 걱정할 것도 없는 유년의 하루, 손에 잡히지 않는 무언가가 둘의 뒤를 따른다.
<영릉에서>는 기억과 감각, 움직임을 따라가는 여덟 단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여주에 위치한 영릉, 도쿄 게이오 플라자 호텔, 건어물이 유명한 서울 중부시장, 명동성당, 아오모리 등 다양한 장소를 배경으로 등장인물들의 경험과 기억이 펼쳐진다.
표제작 ‘원준이와 정목이 영릉에서’는 두 소년이 계곡에서 집으로 돌아오며 경험한 하루를 따라간다. 독특하면서 리듬감 넘치는 문장들은 시간과 공간, 인물 간 거리와 시선을 복합적으로 중첩하며 기억의 장면을 홀로그램처럼 재현한다. 이야기 후반부, 화자가 20년 후 원준으로부터 당시의 기억을 ‘듣는 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묘한 반전을 만든다.
작가는 끊임없이 ‘움직임’에 주목한다. ‘극동의 여자 친구들’이나 ‘스칸디나비아 클럽에서’ 속 인물들은 스스로의 몸짓과 이동을 연구하며 그 움직임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새롭게 바라본다. 발걸음, 시선, 공간을 오가는 동선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인물의 내면과 관계를 드러내는 장치가 된다.
특정 장소를 배경으로 구체적인 경험들이 펼쳐지지만, 이야기는 치밀하기보다 감각적이다. 때로는 뚜렷한 결말조차 드러나지 않지만 그 빈틈이 오래 머무는 질문을 낳는다. 정목이는 어떤 사람이 되었을까, 소년들을 뒤따르던 기운은 무엇이었을까. 기억의 잔상 속에 아른거리는 물음이 이야기의 끝을 대신한다.